빛탐국어

객관적 상관물과 감정이입

빛탐국어 2014. 7. 21. 00:25

'객관적 상관물'과 '감정이입'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객관적 상관물'은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객관적 상관물' 때문에 시적화자의 감정이 더욱 자극되기도 합니다.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이수복<봄비> 중.



'서러운 풀빛'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시적화자가 현재 서럽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나는 서러워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풀빛이라는 객관적인 대상을 통해서 시적화자가 서럽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그 대상이 바로 '객관적 상관물'이 되는 것이고, 이 대상은 시적화자의 정서가 이입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이 시를 쓰면서 아마도 강나루 긴 언덕에 풀빛이 짙어올 때쯤 어떤 사건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때 사랑하는 임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듯합니다. 그렇기에 풀빛이 짙어올 때가 되면 시적화자는 서럽고 슬퍼집니다. 임의 죽음과 풀빛이 자연스럽게 서로 관련을 맺어 기억 속에 남아 있게 된 것이죠. 


만약 어떤 시인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이 마침 벚꽃이 만개한 날이었다면, 시인은 벚꽃이 활짝 필 무렵이 다가오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이 나겠지요. 그래서 서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적화자가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주변의 어떤 대상에 감정을 이입시켜 표현한다면, 그 대상이 바로 '객관적 상관물'이자 '감정이입'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감정을 이입할 대상만 '객관적 상관물'이 되는 것이 아니고, 내 감정과 반대되는 대상도 '객관적 상관물'이 될 수 있습니다. 


객관적 상관물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노래가 바로 <황조가>인데요.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정다운데

외로울사 이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고.


여기서 꾀꼬리는 '객관적 상관물'이 되겠지요.

'감정이입'이란 시적화자의 감정을 어떤 대상에 투영시켜 그 대상도 나와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황조가>의 꾀꼬리는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나의 감정은 '외로움'인데 꾀꼬리는 '정답게' 보이기 때문이죠. 꾀꼬리가 감정이입의 대상은 되지 못하더라도 나의 '외로운'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어떠한 대상을 찾아 그 대상과 대조함으로써 나의 외로움을 드러냈기 때문에 그 대상은 '객관적 상관물'이 됩니다.


'객관적 상관물'은 그래서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특정한 사물이나 사건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적화자의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일 수도 있고, 시적화자의 감정과 반대되는 대상일 수도 있으며,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건과 깊게 연관된 사물일 수도 있습니다.